불씨잡변

2018. 5. 21. 14:24

 불씨잡변를 처음 접하였던 건 고등학교 때 윤리 공부를 하면서였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책은 유학의 입장에서 불교의 단점를 비판하고 주관적인 입장에서 배척하였습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태조 7년에 정도전이 저술하였는데, 정도전이 살아있을때는 발행되지 못하였으며, 정도전이 사형을 당할 때 유고가 발견되어 발행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의 왕조들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며 불교가 조선시대에 유해한 종교임을 서술하였습니다.


 딱딱한 한문과 알아듣지 못할 불교적 단어들이 책을 읽는데 조금 힘들게 했지만 다행이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이나 국사시간에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단어와 내용들이 도움이 되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불씨잡변은 제목처럼 불교교리를 아주 맹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총 19장이 있는데, 19가지의 측면에서 불교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불교가 인간의 세계관이 그릇되었다고. 사람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회질서를 망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조선이 국가이념을 불교가 아닌 유교를 해야한다는 숭불억불 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서술하는데, 유교가 완벽한 사상이고 종교라고 생각하여 서술한 글이라 생각되어,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보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다른 종교를 억압하고 배척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종교의 자유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씨잡변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본 것으로 불교의 지옥설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선대의 유학자들은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전에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말한 사람들 중에 염라대왕을 보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서 지옥이 믿을 것이 하나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아파서 죽었는데 염라대왕을 만나보고 할 시간이 어디있고, 또 지옥에 염라대왕이 잠깐 자리를 비워서 만나지 못하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고, 이런걸로 지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중에 지은이와 중의 대화 장면이 나오는데 지은이가 중에게 사람은 지옥이 없어도 선한 것을 좋아하고 스스로가 선한 행동을 잘할 수 있는데 지옥이 있어서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못은 부끄러워 하는 것이라 말할 때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세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없지만 지옥이란 것이 없어도 사람들은 서로 양보하고 서로 베풀고 하는 착한 마음씨는 있을 것입니다. 


 불씨잡변을 읽은 덕분에 우리나라의 유학과 불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왜 종교가 중요하고 서로 다투는지 몰랐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종교마다 의견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우리 나라의 사회적 변화와 유학과 불교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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